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 서른 살 이상의
나이를 가진 나무를 엄선해서 깎고, 태우고, 단련하며
숨을 불어넣습니다. 조선시대, 그 이전부터 시작된
전통 기법을 우직하게 지켜서 만드는 나무 그릇들입니다.
여기에 [거믄목기]라는 이름을 붙여 두었습니다.

작가 김전욱 그리고 이새의 큐레이션

이새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 SOH]는 자연과 삶, 전통의 기법과 정신을 잇는 건강한 살림살이들을 제안합니다. 우리 것, 한국적인 것, 사라지면 안 될 값진 것들을 찾고 지키고 현대적 안목으로 해석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거믄목기는 [소 SOH]의 진심과 안목이 구심점이 되어 태어난 생활 공예 작품입니다. 전라남도 구례에서 열의와 뚝심으로 작품을 빚는 작가, 김전욱 선생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발견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특한 목기. 가히 찬란하다, 부르고 싶도록 우아한 검은색의 나무 그릇들을 우리 삶의 한가운데 다시 데려다 놓았으면, 했습니다. 작가 김전욱과 이새의 큐레이션, 그 깊은 속내가 맞닿아 마침내 또 하나의 전통 유산을 우리의 현실 속으로 데려다 놓게 된 셈입니다.

불길로 태워 검게 색을 입히는 낙동법

[낙동법이란 오동나무의 표면을 인두로 검게 지져 나뭇결의 약한 부분과 단단한 부분을 구분시켜 나뭇결을 살리는 오래된 기법으로 소나무를 사용할 경우에는 낙송법이라 칭하였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기법을 존중해서 만드는 것이 거믄목기입니다. 나무를 태우는 과정을 통해 약한 부분을 제거하고 단단한 부분을 남기며 부패 방지 및 살균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특장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나무 본연의 무늬가 살아 있는 신비로운 검은 빛깔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점 또한 매력적입니다. 이렇게 1차 가공된 목기는 이제, 그릇으로서의 제 소명을 다하기 위한 2차 가공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밀랍 담금법을 더해 완전하게

불길에 그을려 검은 옷을 입은 목기는 내구성과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가공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일명 밀랍 담금법입니다. 벌집에서 추출한 천연 밀랍을 녹여 목기를 담그는데 이때 밀랍의 좋은 성분이 나무에 스며들어 습기에 강하고, 부패되지 않으며 은은한 광택까지 갖게 됩니다. 그리고 마무리! 깨끗한 면보로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아 주는 것이 거믄목기의 탄생 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밀랍 담금법은 옻칠을 대신할 만큼 친자연적이고, 실용적인 가공 방법이라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유려한 선과 색의 목기가 음식을 만나면

거믄목기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우아한 색감에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경직되지 않은 유연함, 흐르듯 이어지는 라인 역시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손맛 깃들어 있는 자연스러운 자태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릇이란 무엇보다 음식을 담았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법입니다. 이쯤에서 한번 더, 이 까만 나무 그릇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혹은 무엇을 담아도 기품 있는 맛을 보여 주는 힘이 있으니 그렇습니다. 내 나라 음식인지, 남의 나라 음식인지 가리지 않습니다. 밥인지, 간식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그랗거나 네모난 접시, 뚜껑이 있는 합, 굽이 있는 트레이와 볼 등으로 야무지게 정렬된 목기가 식탁 위에 힘을 실어 줄 테니!

전통의 구현 그리고 지극히 실용적인 거믄목기

손맛이 빚는 그릇입니다. 땀과 시간을 부어야 만날 수 있는 까다로운 그릇입니다. 그 무엇보다 뾰족한 수를 쓰지 않고, 전통의 기법 그대로를 구현하는 그릇입니다. 만드는 이의 모든 수고가 쓰는 사람을 배려하고 있는 친절한 그릇이기도 합니다. 오래 써도 변함없이 좋은 기운을 주는 건강한 목기, 실용성이 뛰어난 목기라는 점에서 안심 살림이라 불러 주고 싶습니다.